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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구단주 열전 - 하포엘/하모일/빅토리아/스파르타/영보이즈/바젤

축구 구단주 열전 이번 시간에는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에 두 팀을 내보냈던 "이스라엘, 체코, 스위스"가 대상입니다.


 

1. 하임 라몬 - 성추행 정치가

 

소유 구단: 하포엘 텔아비브
주 업종: 정치

 

이스라엘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신 분이라면 하임 라몬의 이름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스라엘 공군 장교 출신으로 군 제대 후 28살 나이에 노동당에 가입해 일찍부터 정치가의 길을 걸었던 인물. 라빈 정부에서 1992년 42살 나이에 장관 자리에 올라 보건복지부 장관, 외교부 장관, 정무장관, 법무장관 등을 역임했죠. 법무장관 시절 벌어진 레바논 사태에는 이스라엘 정부 내 대표적인 매파로 활약 하기도 했습니다만, 2006년 이스라엘 정치권을 뒤흔든 성추문 사태 에 정계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됩니다.

 

이후 라몬은 사업가로 변신했는데요, 그의 사업 중 하나에 하포엘 텔아비브 인수가 포함됩니다. 라몬은 2012년 여름 당시 하포엘 구단주였던 엘리 타비브로부터 클럽을 인수하게 되는데, 12명에 달하는 공동투자자들을 모아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 3 Million 가격에 팀의 소유권을 사들였습니다. 같은 지분을 투자한 이들이 팀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주총회를 구성하게 되었고 하임 라몬은 이들을 대표해 회장직에 올라 있어요.


 

 

2. 이찌 세라츠키 - 축구로 꿈과 희망을

 

소유 구단: 하포엘 이로니 키랴트 시모나
주 업종: GPS


레바논과 접경지대인 이스라엘 북부에 위치한 키랴트 시모나. 축구보다 미사일이 익숙했던 이 지방이 단 한 사람에 의해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이찌 세라츠키.

 

세라츠키는 이스라엘, 브라질, 아르헨티나, 미국 등지에서 업계 1위 GPS 업체인 이투란(Ituran) 소유주로 2005년 회사를 나스닥에 기업공개하며 잘나가는 사업가입니다. 텔 아비브 태생의 그가 키랴트 시모나 지역과의 사랑에 빠진 계기는 1999년 TV에 나오던 낙후된 모습을 본 직후라고 합니다. "직장도 하나 없던, 아니 아예 경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던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그들을 도와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사재를 내고, 정부와 다른이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아이들 교육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주민들 복지를 위한 병원을 세우고, 무료 급식소까지 운영했지만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 세라츠키.

 

주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었던 세르츠키는 2000년에 하포엘 키라트 시모나와 마카비 키랴트 시모나를 각각 인수해 합병시킨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이 팀을 이스라엘 축구 정상까지 이끌겠노라고. 그렇게 해서 주민들에게 행복을 안겨 주고 싶다고. 고작 4부 리그 팀과 5부 리그 팀을 합쳐 놓고 무슨 소리냐며 사람들은 비웃었죠. 허나 그로부터 11년 뒤인 2011-12 시즌 하포엘 이로니 키랴트 시모나는 세라츠키의 다짐처럼 이스라엘 1부 리그 우승을 달성하게 됩니다. 이들이 리그 우승을 달성하던 그 날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클럽에 전화를 걸어 이렇게 인사말을 건넸죠. "이는 이스라엘 모든 국민이 축하해야 할 일이다."


 

 

3. 토마스 파슬리크 - 물 민영화와 결합된 축구

 

소유 구단: 빅토리아 플젠
주 업종: 물

현 구단주 토마스 파슬리크가 빅토리아 플젠을 소유하게 된 건 2010년 여름 부터입니다. 당시 빅토리아 플젠은 3만석 경기장 신축, 쇼핑 센터 등 주변 부지 개발 등 휘황찬란한 공약들을 내걸었던 이전 구단주 미로슬라프 크리츠가 약속은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채 클럽에 부채만 떠안기고 잠적을 했던 상황이었죠. 구원자로 나선 파슬리크가 € 3 Million 에 달하던 부채를 모두 탕감해 주었고 이후 팀은 주변 상황의 잡음에 휘둘리지 않고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1년 뒤인 2011-12시즌 플젠이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에 참여해 바르셀로나와 AC밀란을 상대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파슬리크 구단주에게 공을 돌렸지요.

 

플젠 축구의 구원자 토마스 파슬리크는 대체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일까요? 그는 세계적인 물 민영화 기업 베올리아의 체코 지사에서 요직에 올라 있는 인물입니다. 그렇습니다. "물 민영화"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베올리아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국에도 이미 진출해 있는 기업이죠) 체코에서 세금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파슬리크는 베올리아가 체코를 비롯한 동유럽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들 때 핵심적인 자문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덕분에 베올리아 체코가 세워진 뒤에는 회사 내 상업 이사로 활동하고 있죠. 체코에서 물 민영화 사업을 시작한 베올리아가 그 첫 번째 대상으로 축구팀 빅토리아 플젠이 위치한 플젠 지방을 선택한 건 우연일까요?


 

 

4. 다니엘 크레킨스키 - 젊은 법률가

 

소유 구단: 스파르타 프라하
주 업종: 법


1975년생 다니엘 크레킨스키는 컴퓨터 공학교수인 아버지와 판사인 어머니를 둔 체코 엘리트 집안 출신입니다. 부모님 중 어머니를 따라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로펌에 취업했었죠. 24살 나이에 첫 직장이었던 로펌을 나와 프라하를 기반으로 하는 투자회사인 "J & T Credit Investments, Inc."로 이직해 법률 업무를 담당했고, 4년 뒤인 2003년 28살 나이에는 회사와 이익을 공유하는 파트너 위치까지 승진했습니다. J & T 파트너가 된 이후로는 회사 내 핵심 인물 중 하나로 승승장구했고 덕분에 체코 내에서 가장 젊은 백만장자로 유명해지기도 했죠.

 

J & T 에서 스파르타 프라하를 인수한 건 2004년의 일이었습니다. 당시 29살이었던 크레킨스키가 스파르타 프라하 회장직에 나섰기에 구단주로 알려졌지만 엄밀히 말하면 크레킨스키가 파트너로 있는 투자회사 J & T 에서 스파르타 프라하를 인수한 셈입니다. 최근에 빅토리아 플젠이 승승장구하고 또 구단주 토마스 파슬리크도 베올리아 체코 상업이사로 잘나가게 되자 스파르타 프라하 회장 크레킨스키와 빅토리아 플젠 회장 파슬리크는 체코 축구계 내에서 매번 갈등을 일으키고 있답니다. 때로는 유치하게 까지 느껴지는 둘의 다툼이 궁금하신 분은 한 번 찾아보시길 :P


 

 

5. 앤디 리스 - 축구가 취미인 바이크 매니아

 

소유 구단: BSC 영보이즈
주 업종: 보청기/자전거


혹시 자전거가 취미이십니까? 그렇다면 스위스 브랜드인 BMC를 아시나요? 아님 BMC 레이싱팀을 들어보셨나요? 혹시 부모님께 보청기를 선물해 드린 적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포낙 보청기를 만드는 업계 1위 회사 소노바를 아시나요?

 

이 중 하나라도 알고 계시다면 당신은 스위스 축구팀 BSC 영보이즈 구단주를 알고 계신 겁니다. 그렇습니다. BSC 영보이즈와 그들의 축구구장 슈타드 디 스위스를 거느린 모기업 Sports & Events Holding AG 의 주요 투자자가 바로 앤디 리스와 그의 형제 요기 리스입니다.

 

앤디 리스. 아버지 에른스트 리스가 키운 세계적인 보청기 업체 소노바 지분 8.7% 를 소유한 인물. 소노바의 시총이 $7.5 billion에 달하므로 그의 보유주식은 $650 million 이라 평가받고 있죠. 헌데 아버지와 달리 아들 앤디 리스의 주요 관심사는 바로 자전거였습니다. 그저그랬던 자전거 메이커 BMC를 2001년 인수해 단 10년 정도 기간동안 회사를 환골탈태시키며 잘나가는 고가 브랜드로 만들어냈으니까요.

 

앤디 리스와 요기 리스가 € 320,000를 투자해 Sports & Events Holding AG 를 세운 건 1999년의 일이었습니다. 축구팀의 전반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 베르너 뮬러나 회계사 출신 한슈피터 킨베르거가 담당하고 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는 언제나 리스 형제의 의중이 반영되고 있답니다.

 


6. 벤하트 호이슬러 - 전임 회장의 성공을 유지하라

소유 구단: 바젤
주 업종: 법


바젤 회장 벤하트 호이슬러는 바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법률가입니다.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포닥 과정을 마치고 뉴욕에 위치한 로펌 "Davis Polk & Wardwell"에서 경력을 시작했죠. 이후 바젤로 돌아와서 로펌 "Wenger Plattner"에서 일하며 기업법, IT법, 스포츠 법 등을 주영역으로 다루어 왔습니다. 이런저런 스위스 기업들에서 이사로 활동하던 호이슬러가 바젤 회장직에 오르게 된 건 2012년 초에 열린 바젤 총회에서 였습니다. 바젤의 성공시대를 가능케 한 전임회장 기젤라 오리가 회장직에서 은퇴하면서 당시 부회장이었던 호이슬러가 회장직을 물려받은 것입니다.

 

기젤라 오리에 대해 잠깐 언급해 볼까요? 스위스 축구 최초의 여성 회장인 그녀가 1999년 바젤 이사진에 합류한 후 클럽은 22년만의 리그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후 기젤라 오리의 지속적인 자금 지원에 힙입어 바젤은 총 5번의 리그 우승과 4번의 컵대회 우승을 경험하며 스위스 축구의 중심에 우뚝서게 되었죠. 덕분에 기젤라 오리는 바젤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도 명예 회장으로 추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기젤라 오리는 누구인가? 그녀는 바로 세계적인 제약회사 로슈(F. Hoffmann La Roche Ltd.) 창업주 제이콥 오리-호프만의 아들 안드레아스 오리의 부인입니다. 조류독감치료제 타미플루 아시죠? 바로 이 타미플루의 특허권을 가지고 전세계에 독점생산하고 있는 제약회사가 로슈입니다. 그덕에 기젤로 오리와 그녀의 남편 안드레아스 오리는 스위스에서 제일 가는 부자라 일컬어지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