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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렛퍼드 축구 글창고

축구, 몇 살에 우승하나?

 


때는 바야흐로 1995년 8월 19일. BBC MOTD에서 앨런 핸슨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애들을 데리고는 절대 우승할 수 없다" (You can't win anything with kids)


 


직전 시즌이었던 1994-95 시즌에 블랙번에게 리그 우승을 내준 알렉스 퍼거슨이 폴 인스, 마크 휴즈, 칸첼스키스 등을 이적시키고 별다른 영입 없이 20살 애송이였던 니키 버트, 폴 스콜스, 데이빗 베컴 등을 중용하겠다고 나오자 했던 발언이었습니다. 먼저 당시 영상을 한 번 보죠.



 



 



신화와 진실


 


정말 그랬을까요? 94-95시즌 출장수를 기준으로 베스트 11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95년 8월 당시 75년생 니키 버트, 게리 네빌, 데이빗 베컴가 20살이었고 74년생 폴 스콜스도 20살, 73년생 라이언 긱스 21살, 71년생 앤디 콜 23살, 백업에 77년생 필 네빌이 18살이니 어린 선수들이 많았던 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골리 슈마이켈이 31살, 센터백 듀오 스티브 부르스 34살, 게리 팔리스터 30살, 풀백 데니스 어윈 29살, 공격진에는 에릭 칸토나가 29살이었고 중원 주전이었던 로이 킨은 24살에 불과했지만 이미 93-94시즌에 맨유에서 리그를 우승한 경험을 가진 선수였죠.  즉 포지션 별로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고 실제로 이들이 중심이었던 팀이라는 말입니다.


 


게다가 당시 앨런 핸슨은 직전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한 블랙번으로부터 우승을 되찾기에는 맨유가 부족하다는 투로 얘기하고 있지만 직전 시즌 블랙번 역시 맨유 못지않게 젊은 팀이었습니다. 아래에 두 팀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시어러, 헤닝 베르그, 워허스트 24살, 윌칵스 23살, 크리스 서튼 21살, 이언 피어스 20살. 맨유 못지 않게 젊은 팀이었던 블랙번. 두 팀의 선발 라인업 평균 나이는 각각 블랙번이 25.0 살, 맨유가 25.1살로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맨유가 20~1살 풋내기와 29살 이상 베테랑을 조합해 젊음과 경험의 균형을 이룬 팀이었다면 블랙번은 24~26살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이었죠.



 


우승팀의 나이


 


그렇다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역대 우승팀들은 선수단 나이가 어느 정도였을까? 그래서 한 번 만들어 봤습니다. EPL 출범 이후 우승팀들의 나이에 대한 자료입니다.




 


먼저 알렉스 퍼거슨의 첫번째 리그 우승팀이었던 92-93 맨유입니다. 18살 긱스, 21살 리 샤프 등 젊은 선수도 있지만 주축은 31살 브루스, 28살 슈마이켈, 마크 휴즈, 맥클레어, 폴 파커, 27살 팔리스터, 26살 어윈, 칸토나 등 한창 나이대 선수들이었죠. 퍼거슨의 20살 아들 대런 퍼거슨이 노장 브라이언 롭슨의 부상에 15경기나 선발로 나오며 우승 메달까지 획득한 시즌이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93-94시즌 맨유입니다. 새로 영입된 22살 로이 킨을 제외하면 직전 시즌 우승 멤버들이 그대로 한 살씩 먹으면서 팀 선발 평균 나이도 그만큼 증가했습니다. 18살 게리 네빌이 선발 데뷔전을 치룬 시즌이기도 합니다.




 


94-95 시즌 블랙번과 95-96시즌 맨유는 앞에서 살펴 보았죠. 넘어가겠습니다.





96-97 맨유입니다. 스티브 브루스가 팀을 나가면서 영입 멤버 로니 욘센이 이를 대체했고,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던 앤디 콜 대신 영입 멤버 솔샤르가 선발로 활약했던 시즌입니다. 또다른 영입생 포보르스키와 크라이프 아들 요르디는 그닥 팀에 적응하지 못했던 시즌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아슨 벵거의 첫번째 리그 우승팀이었던 97-98 아스날입니다. 죠지 그래엄 아래에서 1990-91 시즌 우승 경험을 간직한 수비진 데이빗 시먼, 나이젤 윈터번, 리 딕슨, 토니 아담스, 스티브 보울드가 모두 건재한 상태에서 레이 팔러, 마틴 키언, 이언 라이트 등 역시 그래엄 시절의 유산이었죠. 여기에 벵거 전임이었던 브루스 리오치 감독이 영입한 데니스 베르캄프, 그리고 벵거가 직접 영입한 비에이라, 마크 오버마스, 에마누엘 프티, 아넬카 등이 합쳐져 EPL 출범 후 첫 리그 우승이라는 결과를 낸 팀입니다.




98-99 맨유입니다. 칸토나와 게리 팔리스터가 팀을 떠나면서 이 자리를 드와이트 요크와 야프 스탐이 대신했고 콜-요크가 주전 투톱을 형성하면서 솔샤르는 다시 서브로 내려갔던 시즌입니다. 리그, 챔스 FA컵을 모두 우승한 시즌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99-00 맨유입니다. 슈마이켈이 이적하면서 보스니치, 반데호프, 타이비 등이 돌아가며 골리 자리에 나섰던 혼돈의 시즌이기도 했죠.





00-01 맨유입니다. 슈마이켈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바르테즈를 영입했고, 스탐 부상에 실베스트레와 웨스 브라운의 비중이 커졌던 시즌이죠. 콜(9골)-요크(9골) 투톱 대신 쉐링엄(15골)-솔샤르(10골)가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던 시즌이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01-02 아스날입니다. 그래엄의 유산은 시먼, 토니 아담스, 마틴 키언, 레이 팔러 정도만이 남았고 딕슨의 자리는 철천지 원수 토트넘에서 데려온 솔 캠블, 윈터번의 자리는 유스 출신 애쉴리 콜이 대신하게 되었죠. 여기에 앙리, 피레스, 융베리, 로랑, 윌토르 등의 영입생들이 보태져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02-03 맨유입니다. 야프 스탐의 자리는 로랑 블랑을 거쳐 리오 퍼디난드가 대신하게 되었고 콜-요크 투톱이 빠진 주전 공격수 자리는 영입생 루드 반니스텔루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눈길을 모았던 베론 영입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던 시즌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무패 우승에 빛나는 03-04 아스날입니다. 은퇴한 시먼의 자리를 레만이 대신하게 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01-02 시즌 주축들에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20살 레예스, 18살 가엘 클리시의 데뷔 시즌이기도 합니다.





로만 인수 이후 리그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되는 무리뉴의 04-05 첼시입니다. 유스 출신 존 테리에 라니에리가 영입한 람파드, 구드욘슨, 갈라스. 그리고 로만 인수 후 첫 시즌에 라니에리가 영입한 마케레레, 더프, 조 콜, 글렌 존슨, 웨인 브리지. 여기에 무리뉴가 첫 시즌에 영입한 체흐, 페레이라, 까르발류, 드록바, 로벤 등이 더해져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시즌이죠. 승점 95점으로 EPL 최다, 시즌 29승 역시 EPL 최다, EPL 최저인 15실점 등 각종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기도 합니다. 이 포스팅의 주제인 선발 평균 나이에서도 24.9살로 역대 EPL 우승팀 중 가장 젊은 팀이지요.


 


다음은 05-06 첼시입니다. 직전 시즌 우승의 주역들이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에시앙, 델 오르노, 크레스포 등이 더해졌고 결국 맨유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2연속 리그를 우승하는 주인공이 된 팀입니다.





06-07 맨유입니다. 세 시즌 연속 우승을 놓치며 일각에서 경질 혹은 은퇴설까지 제기되던 알렉스 퍼거슨이 절치부심한 끝에 리빌딩에 성공했습니다. 02-03 시즌과 비교해 보면 바르테즈, 반니스텔루이, 베컴, 로이 킨, 실베스트레, 필 네빌 등이 물러나고 이 자리를 반데사르, 웨인 루니, 호날두, 캐릭, 비디치, 에브라 등이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즌부터는 많은 분들이 익숙하실 테니 간단히 넘어가죠.


 


다음은 07-08 맨유입니다. 장기 부상인 게리 네빌 대신 웨스 브라운의 비중이 커졌고, 테베스, 하그리브스, 안데르송, 나니 등을 영입하는 투자를 시행했으며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하기도 한 시즌입니다. 





08-09 맨유입니다. 테베스 대신 베르바토프가 영입되었고 나니 대신 박지성, 하그리브스 대신 플레쳐의 비중이 놓아진 시즌입니다.


 


다음은 안첼로티 휘하에서 우승을 차지한 09-10 첼시입니다. 4년 전에 우승을 차지했던 05-06 시즌과 비교해 보면 꽤 많은 선수들이 그대로 비중을 유지하고 있고 (즉, 네 살 씩 나이를 더 먹은 상태이고) 아넬카, 발락, 말루다, 데코, 애쉴리 콜 등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선수들이 중용받았던 팀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덕분에 선발 평균 나이가 28.4살로 EPL 역대 우승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10-11시즌 맨유입니다. 레알로 떠난 호날두 자리를 나니가 대신했고 은퇴한 게리 네빌 대신 하파엘 비중이 높아진 점을 제외하면 우승 시즌이었던 08-09 대비 나머지 주축 선수들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선발 평균 나이가 27.8살로 09-10 첼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만수르 혁명이 진행되었던 지난 시즌 우승팀 11-12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30살 배리, 29살 레스콧, 28살 야야 투레를 제외하면 시즌 10경기 이상 출장한 주축 선수들 나이가 모두 26살 이하로 젊은 팀이었습니다. 선발 평균 나이가 25.5살로 04-05 첼시 이후로 가장 젊은 우승팀이라 향후 몇 년간은 우승 후보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싶군요.



 


 


이번 시즌과의 비교


 


연도별로 우승팀 선발 평균 나이와 선수단 나이 표준편차에 대한 차트를 하나 그려 보았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대로 가장 젊은 우승팀은 04-05 첼시(24.9살)이고 가장 나이 많은 우승팀은 09-10 첼시(28.4살)입니다. 이 두 팀을 제외하면 나머지 팀들은 모두 25살 이상 28살 이하 나이대로 우승했습니다. 역대 우승팀들 모두를 평균내면 26.3살입니다.


 


그럼 이번 시즌 23라운드 현재 각 팀 선수단 나이를 한 번 보겠습니다.




 


아스날(24.9살)과 리버풀(25.1살)이 어린 축에 속하고 노장이 많은 에버튼이 28.7살로 가장 많은 선발 평균 나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맨유는 27.1살, 맨체스터 시티 26.2살, 토트넘이 26.1살, 첼시가 25.9살입니다. 이번 시즌 우승팀은 과연 어떤 나이대를 가진 팀이 차지하게 될까요? 시즌 종료 후에 이에 대해 언급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