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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L 구단주 열전② 크리바스/초르노모레츠/보르스클라/메탈루르/타브리야

오늘 챔피언스 리그, 유로파 리그 토너먼트 추첨을 비롯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만,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우크라이나 프리미어 리그 구단주는 어떤 인간들인가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은 크리바스, 초르노모레츠, 보르스클라, 메탈루르 도네츠크, 타브리야 가 대상입니다.


 

 

 

7. 알렉산더 리브시츠 - 구단주인가, 꼭두각시인가

 

소유 구단: 크리바스 크리비 리흐
주 업종: 금융

 

올해 그러니까 2012년 여름 크리바스 서포터들은 공개 성명서 하나를 발표합니다. 우크라이나 축구에서 자랑스런 전통을 가지고 있던 크리바스가 2007년에 알렉선더 리브시츠가 구단주가 된 이후로 힘을 잃어가고 있는데 대한 불만이 주내용이었죠. 왜? 서포터들은 몇 년에 걸쳐 크리바스가 "드니프로 드니프로페트로브스크"에 선수를 공급하며 위성구단을 자처한 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던 "드니프로 구단주 이고르 콜로모이스키가 실은 크리브바스도 소유하고 있다"는 음모론에 대해 크리바스 서포터들이 공식적으로 해명을 요구한 것이지요. 팬들은 유럽 그 어느 나라도 리그 내에서 한 구단주가 두 개 구단을 동시에 소유하는 곳은 없다며, 유로 2012를 성공적으로 치룬 우크라이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크리바스 축구팬들을 위해, 나아가 우크라이나 축구를 위해 크리바스를 공개 매각한 다음 팀을 발전시켜줄 수 있는 독립적인 구단주를 찾게 하라고 리그와 연맹에 촉구했죠.

 

네, 크리비 리흐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금융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알렌산더 리브시츠가 크리바스 구단주가 된 건 2007년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 크리바스가 (샤흐타르 아흐메토프 구단주와 함께 우크라이나 축구계를 양분하고 있는) 올리가르히이자 드니프로 구단주인 콜로모이스키 계열로 분류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죠.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요?


 

 

8. 레오니드 킬모프 - 소방관 출신 금융 정치가

 

소유 구단: 초르노모레츠 오데사
주 업종: 금융/정치

 

도네츠크 태생 레오니드 킬모프는 고등학교 졸업 후 소방관으로 일하다가 2년 간의 군 복무 생활을 마친 20살 이후 부터는 오데사 지역 관공서 운전수로 일을 했죠. 운전수로 일하던 이 시기 킬모프는 오데사 대학에 입학해 경제학을 전공했고, 이후 관리자의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스포츠 용품점 오데사 지점장, 오데사 시의회 경제 자문, 오데사 철도청 상업이사 등등을 거쳐 1990년대 중반 부터는 오데사 금융그룹 "Primorye" 회장이 되었죠.

 

2002년부터는 지역당 소속으로 우크라이나 국회인 최고의회에 진출하며 전국구 정치인이 되었으며, 재선에 삼선을 거쳐 우크라이나 최고의회 내 금융위원회에도 참석하는 등 정치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킬모프가 오데사 축구클럽 초르노모레츠와 인연을 맺은 1998년이었습니다. 당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던 초르노모레츠를 구원하기 위해 오데사 시장 루슬란 보델란이 금융 그룹 Primorye 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 그 계기였죠. 킬모프는 중앙 정치에 진출한 이후에도 오데사 클럽 초르노모레츠와 오데사 은행 연맹 등에서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초르노모레츠는 2008년 가을부터 34,000석 규모 새 구장을 건설하기 시작해 2011년 11월에 개장을 했는데, 이 때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현장을 방문해 같은 당(지역당) 소속 킬모프가 보여준 축구에 대한 헌신을 직접 치하하기도 했습니다. 위 사진 중앙에 축구공 들고 있는 인물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고, 오른쪽 맨 끝 두번째 줄에 보이는 양반이 구단주 레오니드 킬모프이어요.


 

 

9. 콘스탄틴 지바고 -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젊은 억만장자

 

소유 구단: 보르스클라 폴타바
주 업종: 금융

 

극동에 위치한 마가단에서 광산 엔지니어의 아들로 태어난 콘스탄틴 지바고는 일찍부터 사업가의 길에 뛰어든 인물입니다. 키에프 국립대학에 17살에 입학했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19살 나이에 이미 우크라이나 "Finance and Credit" 은행에서 CFO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3년 뒤 22살에는 "Finance and Credit" CEO 자리까지 오른 괴물이죠. 어디 그뿐인가요. 같은 기간 폴타바 철광석 회사 부회장, 우크라이나 석유/천연가스 기업인 Ukrnafta 이사 등을 겸직하기도 했지요.

 

그의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Finance and Credit" 지분을 다수 획득한 지바고는 사업영역을 확장해 부동산/에너지/화학공업/조선/광산/철강 등을 취급하는 우크라이나 최대 재벌 중 하나로 성장시켰죠. 특히 2007년에는 자신이 소유한 철광석 기업 Ferrexpo를 런던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며 막대한 부를 얻기도 했습니다. 포브스 기준 $1.8 Billion의 개인 재산으로 우크라이나 5위 부자인 지바고는 38살 나이로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젊은 억만장자이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성공한 사업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지바고 역시 정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4살이었던 1998년부터 우크라이나 최고의회 의원으로 중앙 정치에 진출했으며, 3선째였던 2006년부터 오렌지 혁명으로 유명한 율리아 티모셴코 블록 소속으로 정치생활을 이어오고 있죠.

 

2005년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던 보르스클라 폴타바를 구원한 지바고가 구단에서 가지는 공식 직함은 "명예" 회장입니다. 실무를 담당하는 올렉 바바예프 회장은 지바고와 마찬가지로 율리아 티모셴코 블록 소속으로 우크라이나 최고의회 의원이었다가, 2010년부터 폴타바 주 크레멘추크 시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10. 세르게이 타루타 - 우크라이나 최대 철강 기업 회장

 

소유 구단: 메탈루르 도네츠크
주 업종: 철강

 

도네츠크 태생 세르게이 타루타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야금학을 전공한 후 마리우폴에 위치한 철강기업 Azovstal 에서 일을 배웠습니다. 20년을 철강맨으로 일하며 Azovstal 해외 사업부 이사에까지 오른 타루타는 1995년에 회사를 나와 1년 뒤 ISD 공동 창업주가 됩니다. 네,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 쿠반 크라스노다르 구단주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올렉 음크르찬이 CEO로 있는 그 ISD 말입니다. 순수하게 철강 생산력만 따지면 전세계 20위 권인 ISD이고, 덕분에 세르게이 타루타는 2000년대 중반 한 때 포브스 전세계 부자 순위에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2010년에 러시아 투자가 알렌산더 카투닌이 ISD 지분 50.01%를 인수하면서 대주주가 되었으나 당시 경영진이었던 타루타와 음크르찬의 수완을 인정해 49.99% 지분을 보유한 둘은 각각 회장과 CEO로 회사 경영을 계속 하고 있지요.

 

타루타 역시 우크라이나 기업가 대부분이 그렇듯이 정치에도 참여했었습니다. 도네츠크 주의회 의원으로 8년간 활동했었죠.

 

1996년 도네츠크 철강 공장 노동자들을 위해 창단한 작은 클럽 메탈루르 도네츠크는 5년 뒤인 2001년 타루타가 구단을 인수하면서 부터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도네츠크 축구를 사실상 지배했던 샤흐타르에 맞서 수없는 패배를 거듭하던 메탈루르 도네츠크는 타루타 회장의 끊임없는 지원 아래 창단 10년째인 2006년 도네츠크 더비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패배의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고, 2010년에는 도네츠크 더비 사상 첫 승리를 거두기도 했어요.


 

 

11. 드미트리 피르타쉬 - 에너지 사업가, 혹은 막후의 권력자?

 

소유 구단: 타브리야 심페로폴
주 업종: 에너지/화학

 

신코프에서 자동차 운전학원 강사였던 아버지 아래에서 태어난 드미트리 피르타쉬는 21살에 2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무역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러시아 인맥을 다진 피르타쉬는 우크라이나 독립 후 자기 소유의 에너지 회사를 창업합니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로 수입하는 일이었죠. 9년 뒤인 2002년에는 자신의 회사 "Eural TransGas", 즉 ETG를 통해 투르크메니스탄 가스를 우크라이나로 수입하는 독점권을 얻습니다. 2년 뒤 2004년에는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 레오니드 쿠츠마와 러시아 푸틴 총리에 의해 "Eural TransGas"를 대신할 새로운 회사 "RosUkrEnergo"가 탄생합니다. 러시아 측에서는 국영기업 가즈프롬이 지분 50%, 우크라이나 쪽에서는 피르타쉬 소유의 지주회사 GDF가 지분 50%를 가지는 합작회사였죠. GDF는 이외에도 화학공장, 부동산, 금융 등 다방면에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무역일하던 사업가 하나가 어떻게 이렇게 굵직한 사업을 맡을 수 있었나. 일각에서는 피르타쉬가 우크라이나 태생으로 러시아 마피아 대부 중의 대부인 세미온 모길레비치와 연을 가지고 있다 지적합니다. 피르타쉬가 이런 커넥션에서 나오는 돈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내 친 러시아 정치가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있음을 오렌지 혁명의 주인공 율리아 티모셴코가 고발하기도 했죠.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티모셴코가 지금 감옥에 가 있는 것은 그녀가 피르타쉬를 두고 "러시아 커넥션을 동원해 EU와의 관계 개선을 방해하고 있다"며 떠든데 대한 복수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율리아 티모셴코의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피르타쉬가 야누코비치 현 대통령 휘하에서도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는 등 지원에 대한 보답을 충실히 받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지요.

오렌지 혁명 티모셴코를 감옥에 보낸 장본인 피르타쉬?

 

이런 저런 논란이 많은 인물이라서일까요. 피르타쉬는 자신이 타브리야 심페로폴의 구단주라는 걸 공식적으로는 부정하고 있습니다. 허나 지역당 소속으로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까지 지낸 거물 정치가 아나톨리 모길레프를 타브리야 명예 회장직에 "임명"할 수 있는 건 아무 구단주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겁니다. 올해 3월에 피르타쉬가 모길레프를 옆에 대동해 타브리야를 방문해서 "크림 반도의 축구 발전을 위해 $15m을 투자하여 새 훈련장을 건설한다"고 말한 일만 봐도 누가 타브리야 심페로폴의 진짜 주인인지 쉽게 알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