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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보완계획48

홍명보호의 확실한 방법론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오만을 꺾고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오만을 상대로 중동원정의 피로도를 극복하는 물리적 강인함과 팀 승리에 직결되는 확실한 방법론을 선보였다. 그러나 오만 홈 관중들의 몰상식한 관전 태도로 인해 경기 막판의 흥미로운 전개를 놓친 점은 아쉽다. 3-0으로 승부는 어느 정도 기울어진 상황이었지만 오만의 젊은 선수들은 스코어를 만회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이 경기에서 대표팀의 포인트는 빼앗긴 경기흐름을 다시 되찾아오는 과정에 있었다. 공을 빼앗긴 즉시 수비로 전환되는 속도와 공 가까이에 위치한 선수들의 재빠른 압박이 돋보였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 콤비로 출전한 한국영과 박종우는 최종 수비라인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간격유지와 1차 저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오만전의 최대 수확은 이와 같은 움직임이 필드 플레이어 전원의 협력에 힘입어 경기 내내 지속됐다는 점이다. 


이른 실점에도 불구하고 오만은 최소한의 터치와 측면 자원들의 속도를 활용하여 템포 상승을 노렸다. 그러나 대표팀의 거친 압박과 간격유지에 패스 미스를 남발하며 배후 공간을 공략하는데 실패했다. 전반 30분까지는 오만의 흐름도 나쁘지 않았으나 이후로는 공을 가진 동료를 지원하는 활동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로는 공격수들까지 가담하여 격렬하게 부딪히는 중원 싸움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아쉬운 대목은 오만의 움직임이 줄어든 전반 30분 이후로 이렇다 할 공격 패턴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다. 좋지 않은 피치 상태나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했던 경기 성격으로 인해 우선은 공을 멀리 보내야 한다는 의식이 짙게 깔려 있었다. 대표적으로 원톱 김현성을 향한 롱패스를 제외하면 중앙에서의 위치선점을 통해 공격 패턴을 늘려가는 움직임을 찾기 어려웠다. 이는 위험지역에서 최대한 실수를 피하려는 수비적인 의식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공격적인 면에서 다소간 아쉬운 부분은 있었으나 전체적인 경기 맥락은 훌륭했다. 체격적인 우위를 최대한 활용했고 오만이 시도하는 작업들을 사전에 차단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었던 흐름에 백성동을 투입하는 등 교체 카드를 꺼내든 시점도 적절했다. 향후 홍명보 감독의 과제는 공격적인 재능이 돋보이는 지동원, 구자철, 손흥민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엔트리에 합류했을 때 대표팀의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있다. 강한 수비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현재의 방법론에 유럽파 선수들의 경쟁력을 추가하는 일은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오만 선수들의 멘탈리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홈 관중들이 이성을 잃은 가운데서도 그들은 오직 축구만을 얘기하고 있었다. 덩달아 흥분하지도 않았고 남은 시간 동안 경기를 포기하지도 않았다. 젊은 오만 선수들이 보여준 멘탈리티는 오만 축구의 진정한 잠재력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무한한 잠재력을 가로막는 벽이 다름 아닌 자국 관중들의 몰상식한 축구문화란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Text by 배정훈 / Photo by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