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내셔널리그가 팀당 8경기씩 소화했습니다. 4개 팀(수원시청, 충주험멜, 안산HFC, 고양KB)이 K리그 챌린지로 옮기거나 해체하면서 10개 팀만 남은 이번 내셔널리그는 팀당 3경기씩 총 27경기를 치룹니다. 홈&어웨이로 진행된 작년보다 오히려 한 경기 늘었죠.
일단 지금까지 진행된 결과입니다.
1.강릉시청 독주
2.인천코레일-경주한수원의 추격
3.올망졸망 중하위권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군요. 강릉시청이 개막전에서 인천코레일에 3:1 대승을 거둔 이래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인천은 개막전 패배 이 후 7경기 무패고, 경주는 중간에 잠깐 주춤했지만 주중경기를 이기면서 지난 해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입니다. 그 아래를 보면 최하위 천안시청도 한 번 이기면 중위권으로 훌쩍 뛰어오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 포스트의 주인공은 강릉시청입니다. 얼마 전 난데없이 '강원도 히딩크'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죠. 이거 피버피치 필진인 배정훈이 가장 먼저 쓴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죠(참고). 여튼 기사를 읽어봤는데 도대체 왜 '히딩크'라는 타이틀을 붙였는 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포스트의 주인공은 강릉시청입니다. 얼마 전 난데없이 '강원도 히딩크'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죠. 이거 피버피치 필진인 배정훈이 가장 먼저 쓴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죠(참고). 여튼 기사를 읽어봤는데 도대체 왜 '히딩크'라는 타이틀을 붙였는 지 모르겠습니다.
트레이드마크였던 은갈치 정장은 버렸으나 조근조근한 말투와 경기 후 담배 한 대가 인상적인 박문영 감독은 여전히 강릉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대 가장 좋은 페이스로 1위 자리를 사수하고 있죠. 다음 주말 강릉의 상대가 꼴찌 천안시청인지라 무난하게 이길 수 있다고 보고, 강릉이 왜 잘 나가는지, 어떤 불안요소가 있는 지 간단히 짚어보려고 합니다.
강릉의 포메이션 & 주요 선수
이번 시즌 강릉은 4-3-3을 주 포메이션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백포라인은 김재훈-김규태-이종혁-주인배입니다. 좌우 사이드백이 이번 시즌 바뀌었는데,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있더군요. 다만 오른쪽 사이드백 주인배가 지지난 경기에 부상당했는 지, 최근에는 조성혁이 센터백으로 나오고 김규태가 오른쪽 측면으로 빠졌습니다. 참! 김규태라는 이름이 생소하실텐데 김진석 선수가 이름을 바꿨다고 합니다.
미드필더로는 김태진이 홀딩 미드필더, 안성훈과 김준범은 박스투박스 형태로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조금 더 공격적인 쪽은 안성훈이라고 보입니다만, 김준범 역시 자주 올라가서 중거리슈팅을 노리더군요. 안성훈이 나오지 않을 때는 신인 김정주가 이 자리에 배치됩니다.
3톱은 왼쪽부터 이준협-이성민-김정주입니다. 셋 다 K리그 경험이 있군요. 이준협과 김정주는 강원FC 창단 동기인데 같은 구장을 쓰는 강릉시청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이성민은 대구FC에 잠깐 갔다가 친정팀으로 돌아왔죠.
경고누적이나 상대팀의 중원압박이 강력할 경우에는 4-2-3-1을 가동하기도 합니다. 김태진과 김준범이 더블 볼란테로 나오고 이준협-김정주-허진구가 2선 공격진으로 배치되는 형태입니다.
박문영 감독은 이번 시즌 초반 선수단을 굉장히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에 나온 11명의 선수가 거의 베스트 멤버고, 여기에 5명 정도가 주요 교체자원으로 그라운드를 밟습니다. 공격진에는 이행수, 허진구, 윤종필이 대기하고 있고 미드필더로는 손대성이 있습니다. 수비수로는 측면과 중앙을 모두 소화하는 조성혁이 있고요.
왜 잘 나가나
1.숨은 핵심 김태진
김태진은 공격가담 대신 수비지원에 치중합니다. 2선 공격진이 강한 상대라면(예컨데 김해, 목포) 상대 미드필더들의 패스길목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2선 공격진을 적극적으로 전진시키거나(인천) 투톱을 쓰는 팀을 상대로는 수비라인과 나란히 서서 백5라인의 일원이 됩니다. 이 대목에서 성남일화의 김한윤 선수를 떠올릴 수 있겠군요. 전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멕시코 대표팀에서 미들과 수비를 오고갔던 마르케즈가 생각났습니다(스트렛포드님 포스팅 참조).
김태진 덕분에 강릉은 기본적으로 상대 공격진에 대해 +1의 숫적우위를 항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좌우 사이드백이 오버래핑갔다가 복귀하지 못했을 때도 수비대형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김태진이 이동하면서 생긴 중원의 공백은 김준범이 내려오는 식으로 유기적인 대응, 즉 조직적인 플레이로 막아서죠. 강릉은 8경기 동안 5골을 내줘, 리그에서 유일하게 경기당 1골 이상 실점하지 않은 팀입니다.
[개막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었던 김태진. 잘 보이진 않지만, 강릉시청의 무패행진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출처는 내셔널리그, 촬영은 김현정 기자님]
2.공격의 첨병 이준협-김정주
2.공격의 첨병 이준협-김정주
지금까지 강릉은 14골을 넣었습니다. 이 중 10골에 좌우 윙포워드 이준협과 김정주가 관여했습니다. 지금까지 이준협이 4골 2도움, 김정주가 1골 4도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센터포워드 이성민과 이행수, 이관용이 1골씩 넣어줬죠.
두 선수의 스타일은 비슷한 듯 하면서 다릅니다. 이준협이 득점 상황에 가담하는 전형적인 윙포워드라면 김정주는 스탯에서 볼 수 있듯이 찬스메이킹 재능이 뛰어난 선수죠. 따라서 김정주는 4-2-3-1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오기도 합니다. 강원FC 입단 동기였으며, 나란히 강원에서 방출된 뒤 강릉에서 재회한 두 선수는 사실상 강릉의 마침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공격진 핵심인 진창수와 이동현이 나란히 나갔는데도 강릉이 역대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원FC 창단식 때 스스로 '강원의 조권'이라고 해서 강원팬분들을 뒤집어지게 했던 이준협. 세레모니 연습하나? 뒤에 달려오고 있는 27번 선수가 김정주입니다. 출처는 내셔널리그, 촬영은 황병혁 기자님]
3.빠르게 적응한 두 사이드백
3.빠르게 적응한 두 사이드백
베스트11 중 이번 시즌 합류한 선수가 3명입니다. 얼마 안되지만, 이 중 좌우 사이드백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겠죠. 현대 축구에서 측면 수비수가 공수에 걸쳐 굉장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중앙지향적 움직임을 보이는 윙포워드를 배치한 4-3-3에서 측면 공격은 상당 부분 사이드백이 담당해야하죠.
김재훈과 주인배의 예상보다 빠른 적응은 강릉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지난 해 주전은 왼쪽에 김태봉(현 안양FC) 혹은 이현창, 오른쪽에 김진석(=김규태)였습니다. 강릉이 그 동안 대학교에서 바로 합류한 신인 선수들로는 재미를 못봐서인지 이번 시즌에는 K리그에서 자리잡지 못한 젊은 선수들을 주로 영입했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더군요. 김재훈은 대전시티즌, 주인배는 경남FC 출신입니다.
불안요소가 있다면?
1.높은 주전 의존도 & 옅은 백업진
주전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둘 중 하나겠죠. 백업멤버들의 부상 혹은 기량미달.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상기했다시피 지난 몇 년간 U리그 출신 선수들의 기량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긴 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실전 투입보다 빡세게 조련시키고, 선수권대회와 전국체전을 소화해야 하는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기용할 생각일 수도 있겠군요.
지금까지 기용된 준주전급 선수로는 이행수, 허진구, 윤종필, 이관용, 손대성, 조성혁 정도입니다. 앞선 4명은 공격진이고 손대성은 미드필더, 조성혁은 수비죠. 여기에 박동훈이 김해시청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기록이 있습니다. 장기레이스를 소화하려면 좀 더 선수가용폭이 넓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
당장 주인배가 부상 당하면서 조성혁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또 조성혁이 지난 울산현대미포조선과의 경기에서 전반 35분만에 교체아웃 됐습니다. 박문영 감독 스타일을 봤을 때, 주전 사이드백 공백은 분명 팀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은데요. 어떠게 난관을 극복할 지 궁금합니다.
2.저조한 중앙 공격수 득점력
이준협과 김정주의 공격포인트가 많다는 건, 역으로 센터포워드의 공격포인트가 적다는 뜻이 되겠죠.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동현의 자리를 메워주고 있는 선수는 이성민과 이행수입니다. 기본적으로 주전은 이성민이고 이행수가 백업, 여기에 장신 공격수 이관용이 상황에 따라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성민과 이행수는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문제는 이 세 선수의 득점력입니다. 리그 6경기(이성민), 4경기(이행수)에 나온 중앙 공격수가 각각 한 골을 넣었다는 건 굉장히 아쉬운 기록이죠. 2경기당 1골을 넣었던 2009년 고민기만한 활약까진 무리일지라도 3경기당 1골을 넣었던 2010년의 이성민 정도는 되야 1위 팀의 주전 공격수답다 할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아니나다를까 최근 2경기를 1:1 무승부로 마무리하면서 2위 인천코레일의 1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습니다. 이번 주중 FA컵에 6월 초에 선수권대회가 예정되어 있고, 가을에는 전국체전...미끄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죠. 내셔널리그의 히딩크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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