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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용서의 주체는 팬이다.



글쓴이 : 홍차도둑


사람들은 왜 스포츠에 열광하는가?
그것은 '사람의 몸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보기 위한 것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오는 드라마를 보기 위함이다.
더불어 늘 동경해오던 신적 존재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신화'라는 것에서 나오는 영웅은 인간이 감히 할 수 없는 일들을 해치우는, 인간이 감히 볼 수 없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현신을 볼수 있는 장소가 경기장이다. 내가 되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그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로 나의 욕구를 대신 실현하는 곳이란 거다.

그 때문에 '팬'이 생기고 그들의 성원을 받은 프로선수는 이미 고대 그리스 올림픽 때 부터 있었다. 그 '팬'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그들은 직업적인 선수가 되었고 그로 인한 후원 등을 통해 더욱 더 경기력을 높이고 그것을 팬들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일천하지만 간단히 말 할 수 있는 '프로스포츠'의 핵심이다.

즉, 관중들은 경기장에 가서 '인간으로서 갈때 까지 간' '반영웅들의 퍼포먼스'를 보러 가는 것이다.
그 반 영웅들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내가 감히 볼수 없었던 '인간의 육체'로 보여주는 '신의 영역'을 보고, 영웅신화에서 나오는 기본적인 드라마인 좌절, 고뇌, 환희, 성취 를 보여주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그 감정을 같이 공유하고, 그들을 응원하며 그들의 슬픔을 같이 하는 것.

이것이 바로 프로스포츠가 '팬'들에게 보여주는 드라마이며 그것이 일어나는 경기장은 '각본없는 드라마'가 펼쳐지는 극장 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그 자체에 대해서는 순수해야 한다. 승부를 겨루는 행위 자체는 하나하나가 '신화'를 써 내려가는 작은 한 줄에 불과하지만 그 신화는 우리가 사는 삶에서 이루어지는 '진정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고 담합이 있었다.
이게 왜 문제가 될까?
'프로레슬링은 조작하지 않는가? 심지어 경기의 세부 세부까지 말이다?' 라는 이야기 나오겠다만, 이 말로 정리하련다.

"이봐 WWE는 자기네들을 '스포츠'라 하지 않아 '엔터테이먼트' 라고 하지"
즉 각본을 짜는 TV 쇼 라는 것을 단체에서 스스로 말하고 있다. 그들은 감히 '스포츠'라고 하지 않는다. '엔터테이먼트'라고 할 뿐이지.
그렇다고 프로레슬링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과 내가 지금 말하고픈 '프로스포츠'는 분야가 다르다는 것 뿐이다.

우리가 경기장에 가는 이유는 앞서 말했다.
그런데 그게 조작이었다면? TV쇼였다면? 그건 스포츠 자체에 대한 모독이고 관중들에 대한 모독이다. 내가 보러 가려고 했던 것은 극본이 있고 결말이 정해져 있고, 중간의 대사가 정해져 있는 연극이나 영화가 아니었단 말이다.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고, 그리고 가끔가다 강자에 대한 언더독의 반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구겨져 있던 우리 삶의 어려울 때의 희망, 그리고 꿈의 좌절 등의 여러 감정을 폭팔시켜줄 수 있는 영웅들의 활약을 보러 우리는 경기장에 간다.
그 전제조건을 기초부터 싹 날리려 했던 것이 바로 '승부조작'이다.

거기의 단순가담자도 아닌 주요 주동자. 자기혼자만 한 것도 아니고 다른 후배들을 끼어넣어서 같이 범죄자로 만들고 프로축구판 전체를 엎으려고 한 자들을 왜 시간이 좀 지났으니 그들의 징계를 경감하려 하는가?
우리가 경기장에 가는 기본적인 것을 엎어버리려 했던 자들이 아닌가?

어느정도 인기 회복이 된거 같고 뭔가 판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려 하는거 같으니까 용서해주자?
이봐. 그건 아니야. 한번 위기를 넘겼다고 그 위기가 다시 안일어나는가? 더욱더 조심하고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해도 언제 터질지 모르고 나오는 것이 '위기'인거다.
연맹 여러분들은 이메일 안쓰는건가? 뭐 높으신 분은 이메일 안쓸수도 있겠지 그럼 연맹의 전산관리자나 아래 사무직들에게 물어보라.

"개인 이메일의 스펨 메일함이나 메일함에 한달, 아니 일주일에 '스포츠 토토' 관련 불법 사이트 홍보 메일 오니?"

답은 '일주일에 최소 한개 이상'이라고 올거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비슷한 비율로 관련 이메일 올거다. 아직도 물 밑에서는 현재진행중인 상황이다.
그때 뿌리뽑으려 했고 그렇게 장기간동안 제제한 가장 큰 이유가 뭔가?
전시효과다.
'어이 다른 선수들 잘 봐. 그런거에 가담하면 넌 평생 밥벌이 못하는거야? 니가 좋아해서 여기 까지 온 축구(또는 다른 종목)하고는 빠이빠이 인거야. 거기에 범죄자 낙인도 찍히거든? 그래도 할거면 해. 대신 잡아서 이렇게 해 줄 테니까'
라고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란 말이다.


근데 그게 2년으로 줄어든다. 거기다가 "선수들은 축구 외엔 할줄 모른다. 이들을 더 묶어두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재기불능 상태가 된다" 라는 이유란다.
이보시오 연맹 관계자. 지금 남의 밥벌이 걱정을 할 때가 아냐. 그들은 당신들의 밥벌이를 뺏어가려고 했던 사람이고 지금 그 징계가 해제되면 바로 연맹 관계자 당신들의 밥벌이를 뺏어가는 거야. 그걸 알고 그런 말을 하고 그런 징계를 풀어줘야 하는 거냐고?

2년전 스포츠토토에서 프로축구에 배당된 배당금 490억이 날라갈 뻔 했다. 스포츠토토의 존폐 여부까지 결정되었고 프로축구에 대한 배당금 자체가 날라갈 뻔 한거다.
최성국의 복귀 문제는 490억 이상의 문제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큰 수입은 유소년축구에 투자되고 그 외의 우리축구 인프라에 투자된다. 또한 연맹의 관계자들. 당신의 월급의 일부가 바로 이 돈이다. 그 조작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배당금 주지 말자는 여론이 비등했다는 것을 잊었는가?
그렇게 만든 자, 그것도 단순가담자 뿐 아니라 후배들까지 끌어들인 주동자. 그리고 마지막까지 변명하며 자신신고도 자신이 한게 아니라 구단 관계자가 해 준 끝까지 오리발내민 자에 대한 용서는 해야 할 것이 아니다.
당신들이 이유로 말한 "선수의 생계가 어려우니..." 할 문제가 아니다. 바로 당신들의 돈줄, 밥줄이 끊으려 했던 자의 복귀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거지만. 프로스포츠에서 선수로 뛸 수 있는 풀은 한정되어 있다는 거다. 누구 하나가 들어오기 위해선 누구 하나가 사라져야 하는 거야. 그게 아니려면 판이 더 커져야 한다고. 그런데 지금 판을 키우지도 못하고 판 자체가 날려버리려 했던 자를 받아들여? 이게 말이 된다고 보냐?
아 막말로 지금도 프로나 N리그 K3리그 가면 언젠간 주전이 되려고 열심히 오늘도 훈련하는 선수들이 있어, 이들의 노력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나? 승부조작질 뿐 아니라 이쯤되면 엔트리 조작질 아닌가?

그리고 연맹이 크게 착각하는 것이 있다.
승부조작질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팬이다.
다만 연맹의 2년전의 그 결정에 대해서 그래도 지지를 보내고 인정을 한 것은 그나마 빨리 수습을 하고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통해 자수,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했다고 그나마 봐 주었기 때문인거다. 지금도 그 후유증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아프지만, 다시 그 병에 걸리지 않게 이런 노력이라도 했던 것을 봐준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시 물거품이 되게 되었다. 그 상처를 봉합하고 치료가 다 완전한 것도 아닌데 다시 그 상처를 째고 병원균을 다시 투입하겠다는 이야기다. 이거 그냥 있어야 하나?

아 그러고보니 이미 대구FC의 조형익 선수가 경감조치되서 복귀한 바 있지.
그게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문제가 되었지만 이정도급이 아니었으니까 "3개월 경감도 되었으니 이쯤이야?"라는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 정도다.



[2년전 승부조작 건으로 불거진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연맹의 정몽규 총재(현 대한축구협회 회장)와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들이 사죄하는 모습. 불과 2년전이다. 당시 연맹의 곽영철 상벌위원장은 "승부조작과 관련된 선수들을 영원히 퇴출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승부조작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게 2년 전 일이다. 그 2년 사이에 원칙이 변했나보다]



2년전 그 승부조작으로인해 정몽규 지금의 대한축구협회장이 프로연맹 총재가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사죄를 했다. 협회가 과연 이것을 통과시킬 것인가?
이미 몇몇 기사에서는 '협회와 연맹이 교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이미 짝짜꿍이 맞은 거라면 이건 대한민국 축구의 멸망, 아니 적어도 K리그는 '조작질 리그'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축구가 좋아서 K리그를 지지했던 팬들은 그런 비난에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다.

다시 한번 말한다.
프로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든 행위를 한 선수들을 용서해야 할 주체는 연맹이 아니다. 팬이 해야 한다. 연맹이 용서할 부분이 아니다. 팬에게 용서를 받아야 한다.
프로스포츠는 팬의 사랑, 그리고 팬이 주는 돈을 먹고 존재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순수한 경기'로 보답하는 곳이다.
이천수의 예를 보라. 선수와 감독간의 알력은 크던 작던 일어난다. 그런데 크게 언론에 보도되고 계약문제를 지멋대로 하고 뒤통수 친걸로 인해 이천수는 3년8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려서야 다시 K리그에 설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팬들에게 용서를 구하고자 경기장에 가서 직접 사죄를 하고서야 간신히 설 수 있었다.
근데 고작 2년이다. 프로연맹 스스로가 내린 판결에서 절반 정도 지난 것에 불과한데도 '용서하자'이다. 보살이 따로 없다.
그 2년간 팬들과 K리그에 남은 선수-감독-구단관계자들은 'K리그는 조작질리그'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 비난을 벗어나기 위해 경기력으로 돌려주고자 했고 그 긴 여정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작금의 이 결정은 그 노력들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구단이 이 결정에 지지하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싶다.
내가 좋아하는 그라운드의 영웅들을 일시에 없애려고 했던 자이다.
연맹이 용서하더라도 팬이 용서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