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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A 구단주 열전(4) - 나폴리/라치오/우디네/밀란/유베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0. 3. 17:05

축구 구단주 열전. 오늘은 세리에 A 마지막 포스팅으로 나폴리, 라치오, 우디네세, 밀란, 유베가 대상입니다.


2012-13시즌 축구 구단주 열전

1) 웨스트햄/사우스햄튼/레딩/QPR/아스톤 빌라

(2) 위건/스토크/선더랜드/노리치/스완지
(3) WBA/풀럼/리버풀/에버튼/첼시

(4) 뉴카슬/토트넘/아스날/맨유/맨체스터 시티
(5) 삼프도리아/토리노/페스카라/제노아/팔레르모
(6) 칼리아리/시에나/피오렌티나/아탈란타/카타니아
(7) 키에보/볼로냐/파르마/로마/인테르
(8) 나폴리/라치오/우디네세/밀란/유베


 

 

16.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 - 3대가 영화 제작자

 

소유 구단: 나폴리
주 업종: 영화 제작/배급

 

 

데 라우렌티스 집안은 이태리에서 이름난 영화 제작/배급 가문입니다.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의 아버지 루이지 데 라우렌티스가 1975년에 영화 제작사 필마우로(Filmauro)를 창업하였고, 아우렐리오의 삼촌 디노 데 라우렌티스 역시 영화 제작자입니다. 아우렐리오의 아들 루이지 데 라우렌티스 주니어 역시 필마우로에서 영화 제작자로 일하고 있지요. 대부분 이태리에서 제작된 영화들이라 생소하실 텐데 그나마 국내에서 익숙할 영화라면 2005년에 "월드 오브 투모로우"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스카이캡틴과 월드 오브 투모로우가 있겠네요. 데 라우렌티스는 이 영화를 주연인 주드 로와 같이 제작하였지요.

 

이태리 내에서 배급한 영화까지 합하면 아우렐리오가 관여한 영화의 리스트가 엄청나니 필마우로 홈페이지 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아우렐리오가 나폴리를 인수한 건 2004년 여름이었는데요, 당시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세리에C1으로 강등당한 상태였죠. 로마에서 태어나 로마를 주무대로 활동한 라우렌티스 집안이지만, 가문의 본가는 나폴리 근교 토레 아눈지아타였던지라 나폴리 축구 구단의 어려움을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의 승격 스토리는 다 아실테니 생략합니다.


 

 

17. 클라우디오 로티토 - 메짜로마 가문의 사위

 

소유 구단: 라치오
주 업종: 유지보수용역

 

로마에서 경찰관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클라우디오 로티토는 (2)편 시에나에서 언급한 대로 로마의 이름난 건설족 메짜로마 가문의 딸 크리스티나 메짜로마 남편이기도 합니다.
 

사실 로티토 자신의 사업은 상대적으로 보잘 것 없었죠. 30살에 청소 업체 la Snam을 창업하였고 이후 청소 서비스 / 케이터링 서비스 / 유지보수 서비스 / 경비보안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작은 사업체들을 몇 개 더 만들어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 Il Gruppo Gesco 라는 이름의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Il Gruppo Gesco 창업 이후에는 물류 서비스도 제공하는 거 같더군요. 용역 서비스이다 보니 직원 수가 6000명 이상으로 꽤 큰 편이나 기업을 상대로 장사하는 BTB 업종이라 일반 대중에게는 아무래도 생소했습니다.

 

이탈리아 대중들에게 이름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역시나 2004년에 라치오를 인수하면서 부터입니다. 클라우디오 로티토가 라치오를 인수한다고 하자 사람들은 다들 "누구라고?" 되묻곤 했죠. 기껏해야 메짜로마 가문의 사위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로티토는 "나는 다른 부자들과 다르다"며 라치오를 쥐어짜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잘 아실 테니 생략합니다.

 

추가로 하나 언급하자면 20011년부터 처남 마르코 메짜로마랑 하고 있는 살레르노 프로젝트가 있겠네요. 마르코 메짜로마와 공동구단주로 살레르노 칼치오를 창단해 세리에D 에 우겨 넣었고 1년 뒤에는 세리에C2로 승격시켰으며, 그 직후 US Salernitana 1919 의 모든 권리를 사들여 자신들이 창단한 팀과 연결시킨 프로젝트입니다. 둘이 이 건을 어디까지 진행시킬 생각인지 궁금하네요. 제 예상은 살레르노가 세리에A까지 올라오면 로티토가 공동 구단주에서 물러나면서 마르코 메짜로마(살레르노), 로티토(라치오), 마시모 메짜로마(시에나)로 이루어진 "축구 가문 메짜로마!"가 목표이지 않나 싶거든요.


 

 

18. 쟘파울로 포쪼 - 목재가공에서 축구원석가공으로

 

소유 구단: 우디네세
주 업종: 목재가공장비 제조업

 

우디네 태생의 사업가 쟘파울로 포쪼 할배는 목재 가공 장비를 만드는 제조업자였습니다. 20대 시절 고향인 우디네에서 프로이트 그룹(Freud Group)을 창업해 다이아몬드날 커터, 전동 대패 등등의 목재 가공 도구를 제작해 왔지요. 이태리 내 판매 뿐만 아니라 영국, 북미, 중국 시장에까지 수출할 정도로 업계에서 알아주는 중견 기업이었습니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던 1989년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전동 드릴 제작업체 Casals Herramentas를 인수해 스페인까지 시장을 확장하기도 했었구요.

 

허나 최근 몇 년에는 가문의 본업을 하나둘씩 매각하며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08년 12월에 프로이트 그룹을 업계 선두인 보쉬(Bosch)에 매각했으며(매각 당시 연매출 100m 유로 정도), 2009년 초에는 스페인의 Casals Herramentas를 업계에서 보쉬와 경쟁하는 Taurus 그룹에 매각해 버렸지요.

 

우디네 태생으로 우디네에서 큰 공장을 운영하던 포쪼 할배에게 축구 클럽 우디네세와의 인연은 당연한 것이었죠. 포조 자신의 사업이 잘나가던 1986년 여름 우디네세를 인수하기에 이릅니다. 허나 포쪼 할배의 축구 구단주 생활은 시작부터 험난했습니다. 1986년 여름은 1980년 토토네로 승부조작 사건이 불과 6년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 다시 한 번 승부조작 사건이 이탈리아를 휩쓸던 해였기 때문이죠.

 

( 80년 토토네로 때는 유벤투스, AC밀란, 라치오, 볼로냐, 페스카라, 페루쟈 등 굵직한 팀들이 많이 걸렸지만 86년 미니 토토네로 때는 세리에A 클럽은 단 세 개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세리에B 이하 클럽들이었죠. 여담이지만 역사의 반복은 참 신기하고도 재미납니다. 2006년 칼치오폴리 때 유벤투스, AC밀란, 라치오, 피오렌티나 등 빅클럽들이 다수 연루된지 불과 6년 만에 2012년 칼치오스코미쎄에서 하부 리그 팀들이 걸려드는 걸 보면 누가봐도 1980년대 이탈리아 축구계의 승부조작이 연상되기 마련이니까요 :-P )

 

암튼 포쪼 할배는 우디네세 전임 회장이 저지른 똥때문에 인수 첫 시즌에 승점 감점으로 강등을 당하고 맙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지코가 현역으로 뛰던 팀이 강등이라니! 암튼 뭐 우디네세에서 이후의 이야기는 잘 아실테니 생략하구요. 스페인에서는 Casals Herramentas 사업장이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지라 연고팀 에스파뇰을 인수하고자 무던히 노력했으나 잘 안되자 2009년에 그라나다를 인수합니다. 올해 여름에는 영국에서 왓포드를 인수하기도 했구요. 본업은 모두 매각하고 그 돈으로 축구 사업에 열심이시라고 할 수 있겠지요.


 

19.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 포르자 밀란을 포르자 이탈리아로 이용한 미디어 정치가

 

소유 구단: AC밀란
주 업종: 미디어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현대사의 정치/경제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 다들 아실테지만 간략히 몇 개만 언급해 보죠.

 

밀라노 상류층의 자제로 태어나 대학에서 법학 전공. 커리어의 시작은 부동산 개발 회사였으며 은행 고위직에 있던 아버지 보증으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며 규모를 키워 나갔죠. 일각에서는 베를루스코니 아버지가 일하던 은행이 마피아들의 자금을 세탁해 주던 곳이었기에 베를루스코니가 대규모 부동산 개발을 해나가는 자금의 원천이 어디였나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건설족/부동산 개발업자로 30대를 보낸 베를루스코니는 40대에 접어들자 관심사를 미디어 산업으로 전환합니다. 1975년 로마에 Fininvest Srl을 설립했고, 처음에는 케이블 채널,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TV 채널을 사들이기 시작해 거대한 미디어 재벌이 됩니다. 지금 메디아셋은 공중파, 케이블, 영화 제작/배급, 광고를 넘나드는 언론 제국입니다. 그 뿐인가요. 이태리에서 가장 큰 출판사 Mondadori 인수, 음반/비디오 회사 Blockbuster Italia 인수, 각종 교양/상식 관련 컨텐츠 제작업체 OVO srl 등등. 이탈리아 사람이 보고 듣는 건 모두 베를루스코니의 손을 거친다 보면 되지요. 연매출이 € 9 billion 가량 되는 Fininvest 는 그외에도 보험/금융에도 손을 대며 수 백개에 달하는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1986년에 AC 밀란을 인수했고, 축구 클럽 밀란의 영광을 바탕으로 1994년 1월 Forza Italia 당을 창당, 당의 당수로써 네 번(1994, 2001-2005, 2005-2006, 2008-2011)에 걸쳐 이탈리아 총리직에 오르며 정치가로 이탈리아를 말아먹은 이야기는 다들 잘 아실테니 생략하겠습니다.


 

 

20. 존 엘칸 - 피아트 제국의 젊은 왕위계승자

 

소유 구단: 유벤투스
주 업종: 자동차 제조업

 

아넬리 가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피아트를 설명해야 겠지요.

 

토리노 주 피네롤로 근교 작은 마을 빌라 페로자에서 태어난 죠바니 아넬리가 1899년에 토리노 지역 유지 몇몇의 투자를 유치해 만든 이탈리아 토리노 자동차회사(Fabbrica Italiana Automobili Torino), 줄여서 FIAT가 바로 피아트 제국의 시초였죠. 1900년부터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값싼 소형차 티포(Tipo)가 당시 영국, 미국 등지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제 1차 세계 대전 때 군용차, 비행기 생산에 참여하며 기업의 규모를 키웠고 제 2차 세계 대전에서는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제국에 부역하며 동맹국 나찌를 위한 탱크를 만들었죠. 추축국의 아시아 축 일본에서 미쯔비시가 제로 전투기를 만들었다면 다른 축 이탈리아에서는 피아트가 비행기/탱크를 만들며 연합국을 괴롭힌 셈이지요. 2차 대전 이후로 이탈리아 내 자동차 회사들을 인수해 나갔고 대표적인 예가 1969년에 인수한 란치아와 페라리죠. 이 당시 이미 이태리 내 자동차 생산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이태리 대표 기업이었습니다.

 

1960년대 피아트는 죠바니 아넬리의 손자 쟈니 아넬리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1966년부터 1996년까지 30년 동안 피아트를 이끈 쟈니 아넬리 회장 시절 피아트는 항공사 알이탈리아, 민자 고속도로, 사무복합기기 제조업체, 전자 부품업체, 페인트 회사, 건설/토목 회사 등등 문어발 확장을 통해 재벌의 지위를 공고히 했습니다. 1970년대 전세계를 강타한 오일 쇼크 때는 리비아 카다피 정부에 피아트 지분 9.6%를 내주며 막대한 자금을 유치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도 했죠. 1975년에는 대형트럭 등의 상용차 전문 업체 이베코(IVECO)를 설립하는 등 자동차 라인업에서도 다각화를 시도했구요. 너무 길어지네요. 줄입시다. 지금 피아트는 서브 브랜드로 페라리, 마세라티, 알파 로메오, 란치아 등의 이태리 라인업, 그리고 크라이슬러 인수 이후 닷지, 지프 등의 크라이슬러 라인업을 보유하고 그룹 연매출이 € 60 billion, 총자산 €80 billion, 연흑자폭이 €1 billion을 넘나드는 거대 재벌입니다. 한국과는 이베코 정도를 제외하면 큰 인연이 없지만 남미와 동유럽, 인도 등지 자동차 시장에서는 입지가 상당하다 하겠습니다.

 

거대 제국 피아트를 물려받은 존 엘칸은 쟈니 아넬리의 외손자입니다. 2003년 쟈니 아넬리의 사망 이후 피아트를 승계받은 건 원래 쟈니 아넬리의 동생 움베르토 아넬리였는데 그마저 일 년 뒤 2004년에 세상을 떠나자 쟈니 아넬리의 딸 마르게리타 아넬리가 낳은 아들 존 엘칸이 28살 나이에 아넬리 가문의 일원으로 피아트를 이끌게 되죠. (유베 회장 안드레아 아넬리가 움베르토 아들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아넬리 가문의 지주회사 Exor S.p.A.가 여전히 피아트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아넬리 가문은 Exor S.p.A.를 통해 유벤투스 지분 60% 이상을 보유하며 구단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요. 나머지 지분은 피아트에 투자했던 리비아가 7.5%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외 30% 가량 지분은 2001년 유벤투스가 기업 공개를 한 이후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올해부터 지프가 유베 유니폼 스폰서로 3년 계약을 맺으며 2011년 크라이슬러 인수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습니다.

 

 

 

가. 지역 자본에 의한 소유

 

잉글랜드 리그임에도 영국 국적 구단주가 과반이 채 못되던 EPL에 비해 세리에A는 로마를 제외하면 20개 팀 중 19개 팀을 이탈리아 국적 구단주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국적 뿐만 아니라 구단 연고와 구단주 연고를 살펴보면 세리에A는 지역 축구 클럽이 토착 자본에 의해 소유되는 양상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 표에 각 팀 연고와 구단주 연고를 주(Regione)와 시/군(Provincia)까지 표시하였습니다. 보면 20개 팀 중 과반이 넘는 11개 팀이 주 단위에서 팀 연고와 구단주 연고가 일치함을 알 수 있죠. 여기에 베로나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연고가 밀라노인 마시모 모라티, 뉴욕에서 태어났지만 아넬리 가문의 연고는 토리노인 존 엘칸, 로마 태생이나 가문의 연고가 나폴리인 데 라우렌티스 등을 추가하면 20팀의 70%를 지역 토착 자본이 소유하고 있는 리그라 하겠습니다.

 

 

나. 제조업 강세

 

금유이 강세였던 EPL과 달리 세리에A는 제조업 구단주가 여섯 명으로 강세입니다. 곡물 가공/신발/목재가공장비/베어링/완구/자동차 등 분야도 다양하구요. 여가/문화로 분류하였지만 제빵 역시 제조라 볼 수도 있겠고 미디어 관련 구단주가 셋입니다. 나머지로는 정유가 둘, 유통이 둘, 금융이 둘, 건설업이 둘이며 용역업체 사장 하나, 부동산 개발업자가 하나 있습니다.

 

 

 

 

이것으로 세리에 A 구단주 열전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포스팅 부터는 다른 리그로 옮겨서 어떤 놈들이 구단주를 하고 있나 살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