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구단주 열전 (4) - 뉴카슬/토트넘/아스날/맨유/시티
축구 구단주란 놈들은 대체 뭐하는 인간들일까요? 오늘은 그 네 번째로 EPL 뉴카슬, 토트넘, 아스날, 맨유, 맨체스터 시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웨스트햄/사우스햄튼/레딩/QPR/아스톤 빌라</a>
(2) 위건/스토크/선더랜드/노리치/스완지</a>
(3) WBA/풀럼/리버풀/에버튼/첼시</a>
(4) 뉴카슬/토트넘/아스날/맨유/맨체스터 시티
16. 마이크 애쉴리 - 영국에서 가장 큰 스포츠 용품 유통 업체 사장
소유 구단: 뉴카슬
주 업종: 스포츠 용품 유통
재산: $2.5 Billion
한 때 대중 앞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영국의 하워드 휴즈"라 불렸던 마이크 애쉴리. 10대 시절 애쉴리는 스쿼시 선수로 활동했으나 부상 이후 선수 생활을 접고 스쿼시 코치를 하며 소일했다 알려져 있습니다. 코치 생활에만 만족할 수 없었던 애쉴리는 자신의 스포츠 경험을 살려 용품점을 하나 창업했는데 소질이 있었는지 이 사업은 나날히 번창해 나갔죠. 창업 10년 만에 체인점이 100개를 돌파했고, 다시 10년 후인 2006년에는 당시 영국에서 가장 컸던 스포츠 용품점 체인 JJB Sports를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합니다. 그리하여 현재 애쉴리가 소유하고 있는 Sports Direct International plc 는 500개 가까운 체인점을 가진 영국에서 가장 큰 스포츠 용품 유통 기업입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벌써 알아채셨죠? 시리즈 2편에 소개해 드린 위건 구단주 데이브 웰런과 카슬 마이크 애쉴리는 영국에서 스포츠 용품점 업계 1,2위를 놓고 다투는 라이벌입니다. 재밌는 건 업계 1위 마이크 애쉴리가 시장 라이벌들을 대하는 방식인데요, 애쉴리는 업계 2위 마이크 웰런 영감의 JJB Sports, 그리고 업계 3위 JD Sports의 지분을 상당수 사들여 보유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이렇게 말하기도 하죠. "라이벌의 집 앞마당에 탱크를 주둔시키는 방식"이라고. 이런 관계이니 웰런 영감과 애쉴리 사이가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카슬과 위건이 맞붙게 되면, "영국 스포츠 용품점 라이벌 더비구나"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애쉴리가 카슬을 인수한 건 2007년이고, 이후 클럽을 이끌어 온 모습이나,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명명권을 본인 소유의 Sports Direct 에 팔아 "Sports Direct Arena" 로 개명한 일 등은 잘 아실테니 생략하겠습니다.
17. 조 루이스 - 소로스와 함께 영국을 발라먹은 할배
소유 구단: 토트넘
주 업종: 금융
재산: $3.8 Billion
EPL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영국 국적 구단주 중 가장 부자일 조 루이스 할배는 어릴 적에 아버지가 운영하던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를 하며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단순히 요식업에서 벗어나 관광객들에게 명품을 팔거나 런던에 있는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며 사업을 운영해 나갔죠. 시리즈 3편에서 에버튼 공동 구단주로 언급했던 로버트 얼이 바로 이 나이트 클럽에서 일하며 조 루이스로부터 요식업에 대해 이런저런 가르침을 받았다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냥저냥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사업을 소소히 불려나가는 아들의 모습입니다. 헌데 조 루이스는 40대가 되자 가업을 정리하고 이 돈으로 통화 거래 시장에 뛰어듭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레스토랑하고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던 40대 젊은 사장이 어느 날 이를 팔고 전재산을 모아 리스크가 엄청난 환투기 시장에 뛰어든다? 일반적으로 이 코스는 패가망신하는 지름길이죠. 헌데 조 루이스는 달랐습니다. 본인 저택의 모든 방을 통화 거래 추이 모니터로 도배하며 자신의 선택에 집중한 루이스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시장은 조 루이스의 저돌적인 투자 스타일과 동명의 헤비급 권투선수에 착안해 그를 "복서"라 불렀죠. 그러기를 10 여 년, 마침내 조 루이스는 환투기 역사에 남을 대박을 터트립니다.
이름하여 검은 수요일. 1992년,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일군의 헤지 펀드들이 파운드화를 공격해 영국 은행의 외환보유고를 거덜내고, 나아가 영국이 유럽 환율 메커니즘에서 탈퇴하게 만든 일대 사건. 조 루이스는 바로 이 때 조지 소로스와 팀을 이룬 환투기 세력의 일원이었습니다. 혹자는 이 때 조 루이스가 번 돈이 소로스가 번 돈보다 더 많다고 추정하기도 하죠. 통화 시장에서 조 루이스 할배의 명성이 검은 수요일 하나만 있는 건 아닙니다. 3년 뒤 1995년에는 멕시코 페소화를 공격해 멕시코 정부가 다급하게 미국 정부로부터 차관을 받을 정도로 탈탈 털어 먹으며 부를 쌓기도 했었지요.
암튼 조 루이스는 이런 식으로 모은 막대한 부를 가지고 투자 회사를 세웁니다. 이름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던 레스토랑 이름을 본따 Tavistock Group 입니다. 이 그룹은 자회사만 200개가 넘고 관련된 분야가 부동산, 에너지, 금융 등으로 다양한 거대 다국적 투자 회사죠. Tavistock Group 의 여러 자회사 중 하나에 ENIC Group이 있고 루이스 할배는 바로 이 ENIC Group을 통해 다니엘 레비와 함께 2001년부터 토트넘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18. 스탠 크란키 - 혼테크, 부인만 잘 만나면 어렵지 않아요
소유 구단: 아스날
주 업종: 부동산 개발
재산: $3.2 Billion
미주리에서 태어나 자랐고, 미주리 대학을 나왔으며 현재도 미주리에서 살고 있는 미주리 남자 스탠 크란키. 미주리 대학을 다니던 23살 청년 크란키의 운명은 콜로라도에 놀라가서 스키를 타다 자신보다 2살 어린 한 여자애를 만나면서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여자애 이름은 앤 월튼. 그렇습니다. 월마트로 유명한 월튼 가문, 그 중에서도 월마트 창업주 샘 월튼의 동생이자 월마트 공동 창업주 제임스 월튼의 딸이 앤 월튼이었죠. 둘은 어찌어찌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는데 아무리 사랑이 중요하다지만 그래도 월마트 공동 창업주 딸인 앤 월튼인데 모양새가 초라해 보이면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특히나 샘 월튼의 딸이자 앤 월튼과 동갑내기 사촌인 앨리스 월튼은 대학 졸업하자마자 금융 업계에 취직해 그렇게나 이름을 날리는데 말이죠. 월튼 가문은 뚜렷한 일 없이 소일하는 자신들의 사위 스탠 크란키를 적극 밀어주기로 결정합니다.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크란키는 먼저 자신을 이름을 본따 Kroenke Group 이라는 부동산 개발 회사를 창업합니다. 그 다음은? 간단합니다. 월마트 부지 주변의 개발권을 크란키 회사에 주고 이런저런 쇼핑센터를 짓게 하는거죠. 부동산 개발회사가 응당 해야할 사업성 분석이나, 개발 실패에 따른 리스크 감수 이런 거 필요없습니다. 월마트 바로 옆 부지를 개발하는데 사업성이 없을 리가 없고, 리스크는 제로에 가까우니까요. 덕분에 앤 월튼은 월튼 가문에서 모양새 빠지는 일은 그마나 피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지요.
생업이 너무 땅짚고 헤엄치기라 그럴까요? 크란키는 미국 중서부 일대의 스포츠 구단이란 구단은 모조리 사들이기 시작합니다. NBA 덴버 너기츠(콜라라도), MLS 콜로라도 라피즈, NHL 콜로라도 애벌런치, NLL 콜로라도 맘모스, AFL 콜로라도 크러쉬, NFL 세인트루이스 램즈(미주리). 비록 동일 마켓에서 같은 구단주가 주요 스포츠 구단 동시 소유를 금하는 NFL 규칙에 의해 덴버 너기츠와 NHL 애벌런치는 아들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중이지만 이 정도면 엄청난 수준이죠. 그야말로 미국 중서부를 사랑하는 미주리 남자 크란키.
콜로라도와 미주리는 이제 완전히 섭렵했다 생각했는지 2007년부터 아스날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해 2011년에 대주주가 되었는데요, 이 부분 역시 잘 아실테니 생략합니다.
19. 글레이져 일가 - 기업사냥꾼 아버지와 그의 아들들
소유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 업종: 사업체 인수 부동산
재산: $2.7 Billion
뉴욕에서 태어난 말콤 글레이져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금은방을 기반으로 하여 사업을 시작한 인물입니다. 그 후로 말콤 글레이져의 사업 방식은 늘 투자와 인수의 연속이었습니다. 70년대에는 플로리다 지역에서 트레일러족들을 위한 공원에 투자했고, 80년대에는 부동산/쇼핑몰 회사 First Allied Corporation, 화물철도회사, 주방 디자인 회사, 할리 데이비슨 인수 시도 등등을 벌였으며 90년대에는 레스토랑 체인 Gilbert/Robinson, Inc, 조지 부시의 석유 회사 Zapata, NFL 템파베이 버커니어스를 인수했지요. 보통 부자들이 부를 쌓고, 이 부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 인수나 투자에 나선다면 글레이져에게는 선후가 반대입니다. 그는 일단 부채를 동원해 사업체를 인수하고 이를 통해 부를 쌓아 온 인물이지요. 말콤 글레이져 할배는 2006년에 뇌졸증을 겪어 몸 우측이 불수 상태라 공개 활동을 삼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서는 말콤 글레이져의 독수리 오형제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죠. 일단 오형제들이 아버지 말콤 글레이져 사업체들을 어떤 식으로 나누어 맡고 있는지 부터 정리하죠.
아브람 글레이져: 51세 / 맨유 공동회장 / Houlihan's Restaurants, Inc. 이사 / Carrier Commercial Refrigeration, Inc. 이사
케빈 글레이져: 50세 / Houlihan's Restaurants, Inc. 이사 / Carrier Commercial Refrigeration, Inc. 이사
브라이언 글레이져: 47세 / 버커니어스 공동회장 / Houlihan's Restaurants, Inc. 이사
조엘 글레이져: 45세 / 맨유 공동회장 / 버커니어스 공동회장 / Houlihan's Restaurants, Inc. 이사
에드워드 글레이져: 42세 / 버커니어스 공동회장 / First Allied Corporation 회장 / 글레이져 재단 공동회장
다시 글레이져: 글레이져 재단 공동회장
레스토랑하고 냉장고 회사는 경영권 없는 이사회 구성원이니 제외하고 보죠. 가장 덩치가 큰 맨유는 장남 아브람과 4남 조엘이 맡고 있습니다. 그 다음 덩치인 버커니어스는 3남, 4남, 5남인 브라이언/조엘/에드워드가 공동으로 맡았구요. 글레이져 가문 본업이라 할 수 있는, 그러나 덩치는 가장 작은 쇼핑몰/부동산 회사 First Allied Corporation를 막내 에드워드가 맡고 있습니다. 자선사업인 글레이져 재단은 홍일점 다시 글레이져의 주관심사일테구요.
글레이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한 일에 대해서는 예전에 다룬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20. HH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빈 술탄 알 나얀 - UAE 아부다비 왕자
소유 구단: 맨체스터 시티
주 업종: 석유
재산: 무의미
만수르는 아부 다비 왕이자 UAE 대통령이었던 故 자예드 빈 술탄 알 나얀의 다섯 번째 아들이자, 현 아부 다비 왕 / UAE 대통령인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얀의 배다른 동생입니다. 전 세계 스포츠 역사 상 가장 부유한 구단주일 만수르의 개인 재산을 따지는 건 무의미할 겁니다. 혹자는 £ 20 billion 이다, 누구는 $ 30 billion 이 넘는다 그러는데 국가의 부가 곧 왕가의 부인 왕정국가 왕자의 부가 얼마인지 따져 무엇하랴 싶네요.
그래도 만수르의 어마어마한 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대략적으로 짐작이나마 할 수 있게 각종 수치들을 언급해 보죠.
일단 만수르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국부 펀드, 아부 다비 투자청(Abu Dhabi Investment Authority) 이사를 맡고 있는데 이 투자청 자산이 자그마치 $627 billion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한국투자공사 보유 자산이 $37.6 billion 이니 대략 20배 가까이 되는 셈이죠) 또한 아부 다비 투자위원회(Abu Dhabi Investment Council)가 있는데 여기는 보유 자산이 $250 billion 정도 됩니다. 근데 뭐 이 두 곳은 아부 다비 왕인 칼리파가 회장이고 만수르는 왕족들로 이루어진 이사회 일원이니 만수르 개인 재산이라 하기는 애매하겠군요.
다음으로 아부 다비 정부에서 세운 투자회사 International Petroleum Investment Company 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11년 기준 자산이 $47.9 billion인데, 만수르가 여기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UAE 정부에서 세운 에미레이츠 투자청(Emirates Investment Authority) 자산이 6 billion 정도 되는데 여기도 만수르가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만수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주요 회사로는 스카이 뉴스 아라비아가 있습니다. BSkyB와 50 대 50 지분 투자를 해 만든 합작 회사입니다.
축구와의 인연은 사실 아부 다비에 위치한 알 자지라 클럽이 먼저였지요. 구단 모기업인 Al Jazira Sports Company 회장이 바로 만수르 이니까요. 맨체스터 시티 인수 이후의 이야기는 너무 잘 아실 부분이라 생략하겠습니다.
가. 국적에 의한 분류
20 명 구단주를 모두 다루었으니 몇 가지 분류에 의해 나누어 보겠습니다. 지분이 나누어져 있는 경우 지분이 가장 많은 대주주만 고려했기 때문에 락시미 미탈이나 우스마노프 같은 또다른 거물은 제외되었습니다.
먼저 국적. 영국에 속한 잉글랜드 리그이니만큼 당연히 영국 사람이 가장 많습니다. 총 9개 팀. 다음으로 많은 건 미국 구단주 입니다. 총 5명이며 아스톤 빌라, 선더랜드, 리버풀, 맨유, 아스날이 여기에 속합니다. 러시아 구단주가 두 명으로 세 번째 많은 국적을 차지했습니다. 이외에 말레이시아, 스위스, 이집트, UAE가 한 명씩 있습니다.
나. 업종에 의한 분류
이번에는 구단주 업종에 따라 분류해 보았습니다. 금융이 강한 영국이라 그런지 아니면 투자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많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금융업 구단주가 5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다음으로 여가/문화 분야가 있는데 영화제작, 베팅산업, 요리/출판, 포르노 등 4명 구단주가 모두 제각각이었습니다. 3번째로 많은 업종은 유통인데 셋 중 둘이 스포츠 용품 회사였습니다. 다음으로 에너지/석유 구단주가 둘, 부동산 구단주가 둘, 제조업 구단주가 둘이구요. 마지막으로 목재업자 아들이 하나, 항공사 사장이 하나 있네요.
다. 재산에 따른 분류
마지막으로 구단주 재산에 따라 분류해 봅니다. 화폐 단위는 달러로 통일하였습니다. 덩치 큰 부자들은 포브스 수치를 인용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구단주들도 있고 또 고려해야 할 허수들이 좀 있습니다.
시티 만수르 - 첼시 로만 이 순위는 정확할 겁니다. 레딩 진가레비치는 아버지 재산 추정액이고 수치의 근거가 상대적으로 부정확합니다. 소튼 립헬 역시 립헬 가문의 재산과 고인의 재산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아 보이네요. 맨유 글레이져 일가의 경우는 재산 추정액에 맨유 가치가 포함되었기에 역시 허수가 좀 있구요, 에버튼 빌 켄라이트 영감의 경우는 대주주라 하기에는 민망한 30% 지분도 안되는 구단주인데 2대 주주는 켄라이트보다 재산이 훨씬 많기에 1대 주주 재산만 보기에는 억울한 면이 있습니다.
자, 그럼 EPL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포스팅 부터는 다른 리그로 넘어가서 거기 구단주들은 뭐하는 인간인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