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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구단주 열전 (3) - WBA/풀럼/리버풀/에버튼/첼시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9. 13. 01:31

EPL 구단주란 작자들은 대체 어떤 인간들일까요? 오늘은 WBA, 풀럼, 리버풀, 에버튼, 첼시를 어떤 분(?)들이 소유하고 있나 살펴보겠습니다.


 

(1) 웨스트햄/사우스햄튼/레딩/QPR/아스톤 빌라
(2) 위건/스토크/선더랜드/노리치/스완지
(3) WBA/풀럼/리버풀/에버튼/첼시
(4) 뉴카슬/토트넘/아스날/맨유/맨체스터 시티


 

 

11. 제레미 피스 - 회계사의 깐깐함, 축구에서도?

 

소유 구단: WBA
주 업종: 금융
재산: £40 million

 

제레미 피스는 공인 회계사 출신입니다. 젊을 때는 금융 회사에서 회계 업무, 주식 중개 업무, 기업 뱅킹 업무 등을 다루며 커리어를 쌓았고 어느 정도 경력이 오른 이후에는 보안 업체 몇 개에서 최고 경영자로 일하기도 했지요. 그 후에는 모은 돈으로 소규모 부동산 업체, 프린트 서비스 업체, 작은 캐피털 금융 회사 등등의 주요 주주이자 비상임이사로 사는 사람입니다. 경력 대부분이 B2B 업종이라 아무래도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하죠.

 

그러니 재미없는 사업 이야기는 이쯤하고 제리미 피스가 축구 구단주로 특이한 점을 좀 살펴보도록 합시다. 2000년에 알비온 비상임이사로 들어와서 2005년에 클럽을 완전히 인수한 제리미 피스. 그가 축구계에서 가진 별명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선수 이적 협상에 있어 가장 상대하기 싫은 사람"입니다. 피스는 선수를 영입할 때나 이적시키면서 협상을 할 때 그야말로 진상 중에 진상입니다. 그리고 그건 피스가 알비온이라는 구단을 플라티니의 이상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죠. 무엇인지 짐작가시죠? 네, 피스 구단주의 WBA는 "버는 만큼만 써라"는 이상에 누구보다도 충실한, 플라티니가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120점 정도 받을 그런 클럽입니다.

 

제레미 피스는 팀 지출 관리에 너무나도 깐깐했기에 영국 축구에서 구현하기 참 힘들다는 대륙식 단장 체제도 효과적으로 정착시켰습니다. 2007년에 알비온 이사로 임명된 댄 애쉬워스가 선수 영입/방출을 총괄하면서 알비온에 임명되는 감독은 다른 팀 감독(manager)과 달리 선수 훈련, 전술 짜기, 경기 당일 지도 만을 담당하는 수석 코치(head coach) 역할에 전념하게 되었지요. 모브레이가 그랬고, RDM도 그랬으며, 호지슨이나 스티브 클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피스의 엄격한 재정 관리 덕분에 가지게 된 EPL 최하위급 주급으로 강등과 승격을 반복할 때는 팬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던 경영 방식이었습니다. 허나 최근의 성공은 각종 언론들마저 그들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축구판 진짜 머니볼은 알비온이다" - 텔레그라프. "피스 구단주의 혜안이 배지스의 성공을 불러왔다" - ESPN. "영입만을 전담하는 단장 체제가 성공 요인이다" - 데일리메일 등등. 그러니 경기장 내에서 벌어지는 축구 경기 뿐 아니라 축구 구단의 재정적인 운영 면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WBA를 응원하시면 되겠습니다 :-)


 

 

12. 모하메드 알파예드 - 영국 왕실을 증오하는 이집트 사업가

 

소유 구단: 풀럼
주 업종: 유통
재산: $1.3 billion

 

타고난 장사꾼 알파예드 할배는 젊었을 적 형제들과 이집트에서 선박 회사를 창업하며 사업세계에 뛰어든 인물입니다. 이때 쌓은 인맥과 자신의 사업 수완을 앞세워 부를 쌓아 나가기 시작했고, 영국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1984년에 런던 소재 고급 백화점 해롯을 인수하면서 입니다. 80년 대 당시 인수 가격이 £615m 정도였으니 어마어마한 규모였죠. 지금은 이 백화점 소유주가 아닙니다. 2010년에 카타르 투자청(Qatar Investment Authority)에  £1.5 billion 정도를 받고 매각해 버렸거든요. 네, 여기서 QIA는 PSG를 소유하고 있는 그 QIA 맞습니다. :)

 

팔순을 앞두고 계신 나이인지라 해롯 백화점 매각 이후 두드러진 활동은 없습니다. 영국 온라인 쇼핑몰 코코자(www.cocosa.com/)를 작년 7월에 인수했고, 최근에는 패션 브랜드 이자(http://www.issalondon.com/)도 인수하셨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본인이 아니라 딸을 위한 행동으로 보이네요. 다이애나 비와 얽힌 일화는 워낙에 유명하니 생략하겠습니다.

 

축구와의 인연은 1997년 3부 리그에 있던 풀럼을 £6.75 million 주고 인수하면서 부터 입니다. 당시 "내 이 팀을 5년 안에 프리미어 리그 클럽으로 만들겠다"며 호언장담을 했는데 그 약속이 1년 빠른 4년 만에 이루어 졌습니다. 풀럼은 2001년 1부 리그로 승격했고 이후의 행보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13. 존 H 헨리 - 선물/옵션 트레이딩 메카니즘 개발자

 

소유 구단: 리버풀
주 업종: 금융
재산: $1.1 Billion

 

존 헨리는 미국 일리노이에서 태어나 농부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습니다. 대학에서는 철학을 전공했다 알려져 있으나 재학 당시에는 공부에 취미가 없고 밴드활동에 심취한 터라 졸업장을 따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보고 자란 것이 농작물인지라 농부들이 콩이나 옥수수 거래하는 걸 도와주며 20대를 보냈는데 존 헨리는 특이하게도 여기서 작물 거래에서 가격 리스크를 헷징하는 기법에 특히나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자신의 길을 발견한 헨리는 그 후 추세추종 트레이딩 기법 연구에 깊이 파고 들었습니다. 산에서 도를 닦듯 노르웨이에서 자신의 트레이딩 기법을 연마한 헨리는 미국에 돌아와 테스트 트레이딩을 통해 자신의 기법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후 자신의 이름을 본 따 JWH 라는 헤지 펀드를 창업하기에 이르죠. 펀더멘탈 분석이나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모조리 배제한 체 오로지 시장의 추세에 시스템적으로 반응하는 헨리의 역(逆) 추세추종 기법은 너무나도 큰 성공을 거두었고 수익율에 대한 소문에 퍼지자 JWH 펀드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은 줄을 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실적이 나빠져 현재 펀드 해산 지경 까지 이른 상태지만 잘 나갈 때 시장에서 헨리의 명성은 한국으로 치면 압구정 미꾸라지 못지 않은 것이었다 하겠습니다.

 

축구와의 인연은 헨리가 스포츠 투자를 위해 일군의 투자자들을 모아 만든 NESV(현재 FSG로 개명)를 통해 리버풀을 인수하면서 부터입니다. 야구에서는 빌리 빈의 머니볼 혁명이 있었기에, 투자에 있어 인간의 판단을 배제하고 수학적인, 시스템적인 기법을 선호하는 헨리의 직업병이 통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축구에서도 그의 직업병이 빛을 발할 수 있을런지는 아직 두고볼 일입니다.


 

 

14. 빌 켄라이트 - 배우 출신 영화/뮤지컬 제작자

 

소유 구단: 에버튼
주 업종: 문화 산업
재산: £10m


 

 

젊은 시절 배우로 잠깐 활동했던 켄라이트 영감은 이후 주로 영화나 뮤지컬 등의 제작자로 활동하며 명성을 쌓았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큰 인디 영화/뮤지컬 제작 프로덕션인 "Bill Kenwright Productions Limited"의 수장이며 런던 웨스트 엔드의 극장들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다수를 제작한 인물이죠. 켄라이트 영감이 관여한 작품들 일일히 나열하면 끝이 없으니 켄라이트닷컴(http://www.kenwright.com/) 방문해서 포스터와 함께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켄라이트 영감은 에버튼 대주주라 하기에는 민망할 만큼 적은 27% 지분만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주요 주주로 두 명이 더 있는데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가도록 하죠. 먼저 에버튼 지분 23%를 가지고 있는 로버트 얼이 있습니다. 테마 레스토랑 사업이 주업종이고 한때 하드락카페를 이끌기도 했었고, 지금은 자신이 창업한 플래닛할리우드를 전세계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추정 재산은 £200-300m 정도 됩니다. 그리고 에버튼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는 존 우즈가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오션 소프트웨어라는 회사를 통해 80-90년대에 게임 제작자로 이름을 날렸던 할배입니다. 재산은 £5-10m 정도로 추정됩니다.


 

 

15. 로만 아브라모비치 - 러시아 올리가키

 

소유 구단: 첼시
주 업종: 석유
재산: $12.1 Billion

 

드디어 거물 하나가 나오는군요. 2012년 포브스 선정 전세계 68위, 러시아 9위 부자 로만 아브라모비치입니다. 워낙 알려진 부분이 많아 서술하는 재미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언급해 보죠. 군수품 훔쳐다 파는 걸로 시작해 러시아 뒷거래 시장에서 장사하는 재미를 느끼던 로만은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불법 사업들을 합법화하고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에 재빨리 편승해 풍선처럼 사업을 부풀려 나갔죠. 90년대 중반에 동업자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와 옐친 대통령의 연을 이용해 가즈프롬 전신인 시브네프트 사업권을 시장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불하받아 땅집고 헤엄치는 방식으로 급격히 부를 늘렸습니다.

 

옛 동업자였던 베레조프스키와는 최근까지 $6.5 billion 에 달하는 송사에 휘말려 있다가 결국 법정싸움에서 승리해 재산 1/4~1/3을 날릴지도 모른다는 근심에서 해방되었지요,

 

첼시는 2003년에 인수했고, EPL은 로만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부를 과시하였습니다. 다들 잘 아실 부분이라 역시 생략하겠습니다.